금리 인상 기정사실화… 가계대출, 11.8조 '이자폭탄' 어쩌나

입력
수정2021.06.30. 오전 6:23
기사원문
박슬기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머니S리포트-오르는 기준금리 내리는 최고금리]① 이르면 10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유력… 불어난 가계대출 비상

[편집자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제로(0)’로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다시 인상될 것이란 신호가 국내·외에서 감지된다. 일각에선 금리 인상 시 그동안 쌓일 대로 쌓인 가계 대출 부담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당국은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는 정책을 해법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만난 금융권에 기준금리 인상과 최고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을 살펴봤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 지난해 한 인터넷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4000만원가량을 대출받은 A씨는 최근 만기 연장을 하려다 고민에 빠졌다. 금리가 2.5%에서 3.5%로 1%포인트 오른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이게 현실화되면 연간 이자로 4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더욱이 올 하반기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소문에 A씨는 만기를 연장할지 그대로 둘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각국의 경기가 되살아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경고음이 울리는 만큼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의 이자부담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금융권에선 선제적인 대출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리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부채가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5월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언급하는 한은, 언제·얼마나 오르나


금융권과 업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11월에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5월 0.75%에서 0.5%로 또 한차례 낮춘 뒤 1년 이상 여덟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가며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은은 올 5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수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신호에 시장에선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간담회에서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렸다”며 “금리정책 정상화를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한은이 올해 들어 조기 금리 인상을 시사한 첫 번째 메시지다.

이어 이 총재는 지난 11일 올 하반기 추진할 역점 사항에 대해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 말을 아껴왔던 이 총재가 공개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언급한 것은 연내 금리 인상 신호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연내'로 못박으며 세번째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그는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내 인상'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시장에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일 영국 런던의 윈필드 하우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로이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 뒤 2023년에는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연준 위원이 내놓은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담은 표)를 살펴보면 18명의 FOMC 위원 중 13명이 2023년 인상을 전망했고 이 중 11명은 두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특히 7명은 내년에도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3월 FOMC에서 내년과 2023년 금리 인상 전망이 각각 4명, 7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인상 전망 시기가 앞당겨진 셈이다.

미국이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저울질하는 한국은행의 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배경은 초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라고 분석된다”며 “4%대 경제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한은이 올 하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신호 켜진 빚투·영끌… 이자부담 어쩌나


잇따른 금리 인상 전망에 이자 부담 파장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뇌관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꼽고 있다. 올 1분기 말 국내 가계부채 규모는 17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명목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1%포인트 오른 104.7%에 달했다.

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은 얼마나 늘어날까.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의원(국민의힘·경북 경산시)에게 한은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신용 등 개인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한다. 특히 청년층 비중이 높은 소득 2분위(하위 20~40%)와 3분위(하위 40~60%) 이자 증가액은 각각 1조1000억원과 2조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자영업자 등 서민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 증가폭은 5조2000억원이다. 이중 은행권은 3조3000억원,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은 1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리가 오르면 상환 부담이 늘면서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화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대출에서 취약차주 수와 이들이 보유한 부채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6.4%, 5.3%로 전년보다 소폭 줄었다. 하지만 이는 저금리 기조로 기존 저신용 차주의 신용등급이 개선돼 발생한 착시인 것으로 분석된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자를 말한다.

취약차주 연체율은 비취약차주에 비해 시장금리 변동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로 금리 상승기(2016년 4분기 말~2019년 1분기)에 취약차주 연체율은 2.0%포인트 오른 반면 비취약차주 연체율은 변화가 없었다. 취약차주 연체율이 금리 상승기에 큰 폭 상승하는 것은 애초에 채무상환 부담이 큰 데다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시장에선 금리 상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가 지난달 2.91%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2.9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니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을 조언한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금융당국 주도로 은행권이 이달 내놓는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금리상한형 대출의 최대 금리상승 폭은 연간 1%포인트, 향후 5년간 2%포인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혼합형)를 선택하는 것이 이자 부담 상승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변동금리를 유지하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에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